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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권 사진展
- 작성일
- 20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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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2089
안녕 Hi & Goodbye
미칠 것만 같은 것이다. 그가 곁에 없다는 상상 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고 그녀가 다른 이의 입술에 반응한다는 것을 안 순간 세상은 정지 되고 만다. 가족이라는 형태의 오랜, 또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로울 연의 끈이 끊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 어떤 말로도 그 가슴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나 같은 베개 위, 너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서 빈 틈 없이 밀착된 그 순간에도 우리는 누구도 너를 온전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든, 이팔청춘의 연애든, 중년의 부부든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나 원하고 사랑하고 알게 되고 다시 떠나게 되는 일들에 그것이 죽음이라는 원인을 가지게 되기까지도 그저 여기까지가 인연 이었어 라고 위안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떤 힘이 이 모든 것을 있게 하고 우리를 그 안에 가두게 하는지 과연 생의 마지막 날까지 깨달을 수 있을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있게 하고 내가 그들을 있게 했던 수많은 끈들의 처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까.
가족이라는 사회 속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고 설명 할 수 없는 질긴 육체의 흔적. 자의로 또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실타래들. 오고 가는 인연에 채워지고 비워낸 시간의 자리. 어느 누구도 우리 만남의 까닭을, 생의 이유를 알아 낼 수 없다. 어쩌면 오래 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창세기 1:1)는 그 처음부터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세 번의 아사꼬와의 만남에서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라는 피천득 ‘인연’의 이야기는 분명 세 번 만났기 때문에 느꼈던 것이리라. 그러니 어찌 삶의 이야기가 그 것뿐이겠는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어 일생을 그리워만 할지, 또는 네 번, 다섯 번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남을 받아들이는 긴 삶의 여행 속에서 매 순간 열심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보내주며 찬란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모든 인연의 시작과 끝을 마주하는 순간.
그리하여 네 안에서 조금씩 나를. 나의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다면 우리 생은 그 것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할 것을.
만나서 고맙습니다.
이 전의 모든. 그리고 앞으로도 내내.
- 사진작가 채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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