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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시를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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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5cc1575.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68pixel, 세로 46pixel


'마지노선'을 지켜라! 25년 갤러리의 남다른 열정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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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9pixel, 세로 452pixel

 

아주 오래전 그가 작가들을 초대전시하는 갤러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걱정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혼자 그 어려운 일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을까. 5년은 끌 수 있을까, 10년은 버틸 수 있을까. 그러나 장은선은 굽히지 않고 그 한 가지 일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유명한 갤러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여기서 전시를 한 작가들을 대하는 미술애호가들의 자세도 많이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 장은선 관장은 생각도 틀도 남달리 큰 사람이어서 개인적인 사소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언제나 공익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일하는 보기 드문 여성 지도자이기도 하다.어찌 보면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좇는 소녀같이 순진하고 때로는 무모하게도 보일 정도로 헌신적이지만 그의 타고난 능력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월 장은선갤러리의 이전을 축하하며 남긴 글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편에서 13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장은선갤러리는 지난해 창덕궁 건너편에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미술문화의 꽃을 피워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힘찬 새 출발을 했다. 김 교수의 평가대로 장은선 관장은 화단의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미술계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다른 갤러리들이 대관 전시로 살길을 찾는 와중에도 장은선갤러리는 초대전만 고집했다. 10년 동안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15년은 전시공간을 지키며, 25년 가까이 매년 30회 가까운 초대전을 열었다. 웬만한 열정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곳을 통해 수많은 작가가 이름을 알리고 세상과 소통했다. 돈 되는 블루칩 작가에 베팅하는 대형 갤러리와, 대관으로 연명하는 갤러리들 사이에서 이곳처럼 작가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갤러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곳은 많지 않다.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단색화 전시를 장 관장은 25년 전에 이미 했다. 갤러리에서 보기 힘든 조각전이나 한국화전도 꾸준히 열었다. 작품성 뛰어난 숨은 작가 발굴에도 앞장섰다. 갤러리들이 직격탄을 맞은 올해 들어서도 매달 1~2회의 초대전을 열었다. 꿋꿋하게 버티고 있던 그가 결국 코로나19’에 손을 들었다.


장은선갤러리가 송인 작가의 초대전(114~21)을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잠시 문을 닫는다.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2월 그는 퇴근길에 트럭에 받혀 큰 부상을 입었다. 몸도 못 가누는 상황에서도 약속된 초대전 때문에 2주 만에 퇴원해 전시장을 지킬 만큼 못 말리는 일중독이었다. 그런 그도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무릎을 꿇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 것이다.


장 관장은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작품이 아예 안 팔린다. 더 버텨야 하는데 힘이 달린다. 재정비를 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매달 초대전 한두 번에 운영경비를 감당하려면 1,000만원 이상 적자가 난다. 적자를 감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품을 못 팔아주니 작가들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 전시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장 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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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19pixel, 세로 245pixel


미술계 판이 바뀌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미술계 판이 바뀌면서 갤러리가 설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작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는 아트페어 부스를 사서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장 관장은 최근 10년 새 작가들의 자생력이 커졌다. 그렇지만 갤러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처럼 작가를 검증하고 키우는 갤러리의 역할이 더 필요한 시대가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장 관장의 마지막 선택은 흑백 모노톤의 절제된 색채로 코로나19’폭력성을 보여주는 송인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의 제목은 ‘37.5, 마지노선’. 마치 장 관장의 현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황은순 기자 <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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