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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정 개인展
- 작성일
- 2007.06.08
- 첨부파일0
- 조회수
- 1593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이 주시는 500원짜리 동전하나만 받아도 그 즉시 슈퍼로 전력질주를 했었다. 과자를 사는 일, 과자를 사고 돈이 조금 남으면 잔돈으로 사탕을 사는 일.. 오로지 과자를 사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그 시간을 위해 뛰어갔었다. 가장 순수했던 때에 느껴보았던 달콤한 유혹 이었다. 반에서 누가 간식으로 과자나 사탕을 가지고 오면 그 날 그 친구는 대장이 되었었다. 등교서부터 하교할 때 까지 그날 하루만이라도 관심 집중을 받기를 원한다면 과자와 사탕은 필수 조건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더 많은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해 학교가기 하루전날 과자를 책가방에 챙겨놓고 다음날을 생각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었다. 학교에 가서 과자를 풀 때 나름대로 법칙이 있었다. 2교시가 끝난 후와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다해치운 후에 과자를 풀었을 때 나에게 몰려드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내 초등학교 시절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과자는 나에게 친구들과의 대화에 빠지지 않고 함께하고 있다.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우리부모님은 한 때 꽤나 번다던 10년이 넘도록 운영하신 비디오 가게를 정리하시고 슈퍼를 하시게 되었다. 과자 팔고, 사탕 팔고... 그렇게 버신 돈으로 내가 그림을 그리고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매일 피곤해 하시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또한 가슴이 아팠지만 새로운 과자가 입고가 되면 나부터 먹어보라는 그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 가게 카운터에 가만히 앉아서 차곡차곡 가득하게 정리가 되어진 과자들과 사탕들을 볼 때면 보고만 있어도 달콤한 기운이 전달된다. 한동안 방송 매체에서 과자가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저조한 판매를 기록하면서 우리가족 전부를 우울하게 했었다. 서적까지 나와 사람들이 웰빙을 외치던 그 때 베스트 셀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과자는 삶에 있어 정신적으로, 감성적으로 충만한 즐거움을 주었다. 언제나 나에게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 과자를 붓으로, 가슴으로 매만졌었던 지난 몇 달간이 그림을 그리는, 앞으로도 그림을 그릴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달콤했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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